남자만 보이면 끌고 간다.."러, 기숙사·카페 들이닥쳐 무더기 징집"

2022. 10. 17. 00:55■ 국제/러시아

남자만 보이면 끌고 간다.."러, 기숙사·카페 들이닥쳐 무더기 징집"

정채빈 기자입력 2022. 10. 17. 00:03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주 볼조스키에 마련된 징집 예비군 집결 지접에 예비군들이 모여있다./AP 연합뉴스

 

러시아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수도 모스크바 거리를 돌면서 예비군 동원령 대상인 직장인과 노숙자 등을 무더기로 징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은 이날 모스크바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을 데려갔고, 지난 13일 새벽에는 한 건설사 기숙사에 찾아가 노동자 200여명을 징집했다.

11일에는 모스크바의 한 사무실에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30대 남성 알렉세이에 따르면 경찰 2명과 사복 차림의 군 관계자들이 사무실에 들어와 신분증을 요구한 뒤 “조용히 따라오라”고 명령했다. 알렉세이는 “(따라오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했다”며 “나는 패닉상태였다. 나는 한번도 끌려가본 적이 없다. 러시아에서 경찰에 끌려가는 것은 매우 나쁜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은 최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도시를 돌아다니며 남성들을 징집하고 있다. 아파트 로비에서 징집영장을 집행하고, 사무실 건물이나 호스텔 등을 급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카페와 식당 출구를 막고서 징집 대상자가 있는지 수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남성들은 예비군 부분 동원령이 발동된 이후 징집을 피해 해외나 시골로 탈출하거나 도시 내 비밀스러운 곳에 숨어들었다. 러시아 이웃 국가들의 통계에 따르면 동원령 발령 후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의 남성과 그 가족이 러시아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원령 발표 후 지금까지 22만2000명이 징집됐다며 2주 이내에 징집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이어갈 것을 원하는 강경파들은 2차 징집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원령에 의한 강제 징집은 전쟁 반대 여론을 촉발해 사회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동원령 발동 후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 소식과 함께 이들의 시신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반전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도 강제 징집이 이뤄지면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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