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살' 곳곳에 은폐·조작 흔적…해경청장 "난 안본걸로 할게"

2022. 10. 14. 06:00■ 법률 사회/사법 법무 검찰 경찰

`서해피살` 곳곳에 은폐·조작 흔적…해경청장 "난 안본걸로 할게" - 매일경제 (mk.co.kr)

 

`서해피살` 곳곳에 은폐·조작 흔적…해경청장 "난 안본걸로 할게"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檢에 20명 수사 요청 안보실, NSC 소집 않고 퇴근 대통령에 피살사실 보고안해 국방부에 `자진 월북` 발표 지시 해경, 증거 은폐·실험 왜곡 수사팀 의견 무시하고 발표 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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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피살' 곳곳에 은폐·조작 흔적…해경청장 "난 안본걸로 할게"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檢에 20명 수사 요청


안보실, NSC 소집 않고 퇴근
대통령에 피살사실 보고안해
국방부에 `자진 월북` 발표 지시

해경, 증거 은폐·실험 왜곡
수사팀 의견 무시하고 발표

野 "결론 정해놓고 짜맞춰"
박지원도 "자다가 봉창" 반발

  • 김희래 기자
  • 입력 : 2022.10.13 21:33:47   수정 : 2022.10.14 00:59:10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국가안보실·국방부 등 5개 기관, 총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은 최초 사건 발생 단계부터 사후 검증 단계까지 곳곳에서 부실 대응·대처 상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실험 결과 조작까지 동원해 사실상 우리 국민의 의문투성이 죽음을 근거도 없이 월북으로 단정 짓고 몰아갔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먼저 해당 기관들이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등 정부의 위기관리 관련 규정에 따르면 안보실은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통일부 등 관계부처에 보고·전파하고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를 건의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안보실은 2020년 사건 당일 오후 5시 18분께 국방부로부터 북한 해역에서 이대준 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해경 등에만 상황을 전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안보실 관계자들은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당일 오후 7시 30분께 퇴근했다.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평가다. 안보실은 또 추가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피살·소각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는 이 사실을 제외한 채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도 당시 이씨의 피살 정보를 전달받았지만 수색·구조 활동을 유지하는 등 이씨의 사망 사실을 은폐했다.

통일부는 이 사건에 대해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께 이미 국가정보원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9월 24일 장관 주재 간부회의에서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을 9월 23일 오전 1시로 조작했다. 사건 인지 시점을 이씨 피살 이후로 지연시킨 것이다.

국정원은 2020년 9월 23일 이씨의 시신이 소각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시신을 제외한) 부유물만 소각했을 소지"로 작성된 보고서를 국정원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국방부도 내부적으로는 시신이 소각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에는 "시신 소각 여부가 불확실하다"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방부는 당시 합동참모본부에서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받았지만, 장관 지시를 통해 이 사건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 60건을 군 내부망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이후 안보실은 근거가 없음에도 국방부에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언론 발표를 지시했다.

그러면서 안보실은 또 해경에서 월북 여부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고 결론이 나지 않은 시점에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주요 쟁점·대응 요지'를 작성한 후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네 차례나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국방부·통일부 등은 해경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국회 등에 답변했다.

해경은 사건 발생 이후 이씨의 자진 월북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세 차례 중간발표를 통해 수사 상황 및 결론(자진 월북)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를 은폐하고 실험 결과를 왜곡하는 등 객관적이지 않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이씨가 '꽃게 구매 알선 행위로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월북을 시도했다'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브리핑했고, 이씨 발견 당시 그가 한자가 기재된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이를 발표 내용에 반영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해경청장은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도 "나는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9월 24일과 29일 1·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수사팀은 "수사가 진행된 내용이 없어 월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윗선에 제시했다. 그러나 해경은 이를 무시하고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감사원의 수사 요청에 대해 반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처음부터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사실관계를 비틀고 뒤집은 조작 감사"라고 주장했다.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검찰에서 이미 수사 중인데 감사원은 자다가 봉창 때리냐"고 밝혔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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