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 08:22ㆍ■ 문화 예술/영화 이야기
돈 보고 결혼하는데, 처남 약혼자에 끌려..그대로 결혼해도 될까요 [씨네프레소] (daum.net)
돈 보고 결혼하는데, 처남 약혼자에 끌려..그대로 결혼해도 될까요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49] 영화 '매치 포인트'
독서 욕구는 있는데 시간이 부족할 때, 서점가에 진열된 책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인사이트를 얻어 갈 수 있다. 아무래도 출판계는 우리나라에서 제목을 제일 잘 짓는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란 책도 제목이 잘 뽑힌 서적 중 하나다.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남이 보지 않을 때 내가 하는 행동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가깝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상류층' 여성과의 결혼으로 인생을 역전시켜보려던 주인공(왼쪽)은 딜레마에 빠진다. 바로 손위처남 될 사람의 애인(오른쪽)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진 제공 = 퍼스트런]
이야기는 '신분 상승'의 열망이 있는 아일랜드 출신 테니스 강사 크리스 윌튼(조너선 리스 마이어스)이 수강생 톰(매슈 구드)과 친해지면서 시작된다. 톰의 가족과 오페라를 보러 간 자리에서 그의 동생인 클로에(에밀리 모티머)가 크리스에게 반하게 된다. 크리스는 클로에와 결혼해 이 집 식구가 되길 꿈꾼다. 클로에 아버지는 규모 있는 기업의 오너라 자신에게 사업체를 물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스칼릿 조핸슨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함으로써 관객이 돈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 [사진 제공 = 퍼스트런]
크리스는 돈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다. 클로에와 결혼한다면 그는 장인어른 사업체 경영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가 오랜 시간 바라왔던 상류층 인생이 펼쳐진다. 반면 노라와의 사이에서 그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강렬한 사랑을 느끼지만, 생계형 배우인 노라는 그에게 신분 상승의 사다리 같은 것을 보장해줄 수 없다. 아마도 두 사람은 런던의 높은 물가를 견뎌내기 위해 하루하루 분투하듯 살아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높은 생활비를 견뎌내지 못하고 교외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노라와 크리스는 주체할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그러나 크리스는 생계형 배우 노라와 결혼함으로써 둘 다 매일 분투하듯 살아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사진 제공 = 퍼스트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던 크리스는 두 사람과의 만남을 병행할 방법을 생각한다. 클로에와는 결혼 생활을 하고 노라와는 밀회를 갖는 것이다. 마침 노라가 처남과 헤어지면서 관계를 이어가기 더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 클로에에게 노라와의 만남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노라에겐 결혼 생활이 곧 끝날 것이란 암시를 주며 남자는 이중 생활을 이어간다.
크리스(가운데)는 클로에(왼쪽)와 갤러리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노라(오른쪽)를 마주친다. 배우로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은 노라는 의상실에서 근무 중이다. 크리스는 이날 만남을 계기로 노라와 비밀스러운 연애를 재점화한다. [사진 제공 = 퍼스트런]
크리스는 경찰서에서 이 사건에 대한 참고인으로 조사받게 된다. 크리스는 노라를 본 건 1년 전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게 마지막이었다고 증언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난 장면이 여기서 나온다. 경찰은 크리스에게 노라의 일기장을 들이민다. 거기엔 온통 크리스 이름밖에 없다. 머릿속이 하얘진 크리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이 앞서 거짓말을 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 살인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경찰은 그러한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크리스에 대한 의심을 키워가게 된다.
로맨스 영화에선 일기장이 종종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연인에 대한 얘기를 일기에 적어놓고, 이것이 공개됐을 때 곤경에 빠지거나, 사랑이 더 크게 발전될 계기가 되기도 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은 마크 다시에 대한 얘기를 일기장에 적는다. [사진 제공 = 유니버설 픽처스]
이 영화는 '그래도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지'란 관객 기대를 산산조각 낸다. 파렴치한 살인범 크리스가 수사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건 그저 운 때문이다. 작품은 다소 냉소적인 인생관을 보여준다. 악인이 어딘가에서 걸려 넘어지길 바라는 우리의 바람은 자주 좌절되는데, 그건 단지 그의 운이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고한 사람 역시 여러 사람의 협조에도 단지 운이 나빠서 억울함을 끝내 풀지 못하기도 한다.
크리스는 완전 범죄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죽기 전까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그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사진 제공 = 퍼스트런]
장르: 로맨스·범죄·스릴러·드라마
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 스칼릿 조핸슨, 매슈 구드
평점: 왓챠피디아(3.4/5.0)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77%) 팝콘지수(81%)
※2022년 9월 30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네이버 시리즈온(정액제), 구글플레이무비(1200원), 티빙(1500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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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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