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4. 11:35ㆍ■ 사진/공모 사진전
이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라..하늘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daum.net)
이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라..하늘에서만 포착할 수 있는
곽노필입력 2022.09.14. 10:05수정 2022.09.14. 10:40
똑같은 물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새로운 시야는 새로운 인식과 통찰로 이어질 수 있다. 야트막한 높이에서 구석구석을 날아다닐 수 있는 드론은 그런 면에서 아주 좋은 도구다.
이탈리아 시에나예술축제 행사의 하나로 열리는 ‘드론사진상’(Drone Awards)의 올해 수상작들이 발표됐다. 2018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는 드론사진상에는 항공기, 헬리콥터, 무인 항공기, 풍선, 비행선, 연, 낙하산 등 모든 종류의 항공기기에서 찍은 사진을 출품할 수 있다. 올해는 116개국에서 2624명이 공모전에 참가했다.
7개 부문으로 나눠 심사가 진행된 올해 드론사진상 대상에는 지각을 뚫고 마그마가 분출하기 직전의 순간을 담은 사진 ‘빅뱅’이 차지했다. 항공사진의 장점을 유감없이 드러낸, 사람의 눈높이에서는 포착할 수 없는 장면이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아이슬란드 레이캬네스반도의 파그라달스피아들화산 분출이 막바지에 접어든 9월에 찍은 사진이다. 중심 분화구에서 수백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서 2차 분화가 일어나려는 순간을 포착했다. 800년의 휴면기간을 끝내고 활동을 시작한 이 화산은 지진을 동반했다. 분출하기 직전 땅이 갈라지며 그 틈 사이로 붉은 마그마가 용틀임하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다. 당시 비와 강풍을 동반한 폭풍우가 몰아치는 최악의 기상 조건에서 어렵게 촬영했다고 한다.
야생동물 부문 1위 ‘연대’(Solidarity) | Mehdi Mohebipour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야생동물 부문 1위를 차지한 홍학 무리의 사진은 귀에 익은 이 경구를 연상시킨다. 다리와 목이 긴 홍학은 성격이 온순한데다 힘도 약해 주변 포식자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사냥감이다. 따라서 홍학은 생존을 위해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이 사진의 제목도 ‘연대’다. 홍학의 붉은색은 홍학이 즐겨 먹는 갑각류에 있는 아스타신이라는 붉은색 물질이 때문이라고 한다.
도시 부문 1위 ‘마을 옥상’(Rooftops of Kartoffelraekkerne Neighborhood) | Serhiy Vovk
도시 부문에서는 덴마크 코펜하겐 외스테르브로지역의 한 마을 옥상을 찍은 사진이 1위를 차지했다. 이 마을은 1800년대 후반 노동자 가족들이 살던 곳이다. 한치의 여유 공간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지붕이 당시 노동자들의 형편을 상징하는 듯하다. 기나긴 질곡의 터널을 지난 오늘날엔 여행객들이 코펜하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로 꼽는 마을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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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부문 1위 ‘추락하는 스키어들’(Falling Skiers) | Daniel Koszela
스포츠 부문에선 2022년 3월에 열린 폴란드의 한 유명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 장면을 찍은 ‘추락하는 스키어들’이 1위를 차지했다. 형형색색의 경기복을 입은 스키 선수들이 눈으로 뒤덮인 나무 사이의 경주 코스를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듯하다.
사람 부문 1위 ‘배에서의 수면’(Sleeping on a Boat) | Anindita Roy
사람 부문에서 1위를 한 사진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가장 북적이는 쇼달갓 하천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다. 사람들은 이 작은 배를 이용해 부리강가강을 건넌다. 보트를 젓는 사공들은 ‘배에서의 수면’이라는 사진 제목처럼 주로 배에서 잠을 잔다. 배 위에 둘러친 녹색 천막 아래서 뱃사공이 수면을 취하고 있다.
자연 부문 1위 ‘만남’(Meeting) | David Rouge
자연 부문 1위는 사막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찍은 ‘만남’이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해변을 사이에 두고 모래 언덕과 바다의 물결이 햇빛에 반사되면서 서로 아귀를 맞춰 조우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추상 부문 1위 ‘수확하는 염전 노동자들’(Salt Farm Workers Harvesting) | Saurabh Sirohiya
추상 부문에선 염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은 ‘수확하는 염전 노동자들’이 1위를 차지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소금을 태양 모양으로 끌어모으는 모습이 이채롭다.
물 위로 쓰러진 나무...그 위에 누운 신부
웨딩 부문 1위 ‘그림처럼’(Like a Painted Picture) | Krzysztof Krawczyk
이 공모전엔 다른 공모전에선 보기 드문 웨딩 부문이 따로 있다.
웨딩 부문 1위는 수면을 향해 쓰러진 나무와 그 위에 누워 있는 용감한 신부의 모습을 담은 ‘그림처럼’이 차지했다. 신부 아래쪽의 수면이 마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연상시키고, 신부는 그 아래서 꿈을 꾸며 잠에 빠져든 것처럼 보인다.
시리즈 부문 1위 ‘버려진 기상관측소’(Abandoned Weather Station) | Dmitry Kokh
시리즈 부문에선 동시베리아의 ‘버려진 기상관측소’가 1위를 차지했다.
사진작가가 동시베리아의 브란겔랴섬으로 항해 여행을 하는 중 폭풍을 피하기 위해 옛 소련 시절 기상관측소가 있던 콜류친이라는 작은 섬에 다가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버려진 마을 집들의 창문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쌍안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북극곰 20여마리였다고 한다. 섬에 착륙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여 저소음 프로펠러 드론을 띄워 동물을 가능한 한 방해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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