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쏜 진범 따로있다? 총알 12발 미스터리…日덮친 음모론
2022. 9. 11. 06:02ㆍ■ 국제/일본
아베 쏜 진범 따로있다? 총알 12발 미스터리…日덮친 음모론 | 중앙일보 (joongang.co.kr)
아베 쏜 진범 따로있다? 총알 12발 미스터리…日덮친 음모론
중앙일보
입력 2022.09.10 09:00
업데이트 2022.09.10 15:29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김현기 기자 구독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일본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지 지난 9일로 정확히 두 달이 지났다.
나라 전체를 패닉에 빠뜨렸던 충격적 사건이었지만 또 일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갔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국장(國葬)을 앞두고 일 언론은 여전히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용의자의 범행동기로 여겨지는 통일교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 가운데 아베 총격을 둘러싸고는 아직까지 많은 의문점이 제기된다. 한국과 일본의 경찰 수사 시스템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 언론의 보도 방식 차이에서 오는 괴리가 주 원인이지만, 외국 특파원의 눈에는 뭔가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된 느낌이 사실이다. 크게 의문점 세가지, 그리고 신빙성과는 별개로 일본 사회에서 피어오르는 음모론을 들여다본다.
지난 7월 8일 야마가미 용의자가 사제총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향해 첫 발을 쏜 뒤 아베 전 총리가 야마가미 용의자 쪽으로 몸을 돌리는 장면.
#1 왜 병원과 경찰의 설명이 다를까
지난 7월 8일 오전 11시30분. 나라(奈良)시의 긴데쓰 야마토니시다이지 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30㎝ 높이의 단상에 올랐던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배후에서 다가온 야마가미가 총탄 2발을 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첫발은 빗나갔다(일 언론의 보도). 그리고 약 3초 뒤 두 발째가 발사됐다. 주변에 있던 경찰과 경호 요원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그런지 이 '3초'에 신속하게 반응을 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압수된 총은 자위대원 출신의 야마가미가 손수 만든 것으로 보이는 사제 총이었다. 길이 40㎝, 높이 20㎝가량의 원통 두 개를 테이프로 감아 만들었는데, 나중에 원통 1개에 총탄 6발이 발사되는 구조로 밝혀졌다.
여기서부터 의문이 제기된다. 아베의 사망을 확인한 나라현립의과대학의 후쿠시마 교수는 8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수술하고 있을 때 탄환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두 발을 맞은 것 같기는 하지만 총탄은 몸 안에 없었다는 얘기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총탄 흔적(총창) 두 개는 ^목 앞뼈 뿌리 정면 ^목 앞뼈 뿌리 우측에서 발견됐고, 그중 하나는 목에서 심장 쪽으로 향해 대혈관 및 심장 심실을 크게 손상하며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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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은 또 왼쪽 어깨에 상처가 하나 있는데, 이는 총탄 1발의 사출구(射出口·탄환이 몸을 뚫고 빠져나온 흔적)로 보인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병원 발표가 난 직후 두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첫째, 야마가미가 총을 발사한 장면을 보면 총이 수평 내지 단상에 있는 아베를 향해 다소 위를 향하고 있는데, 어떻게 의사의 설명대로 목에 맞은 총탄이 심장까지 밑으로 탄도가 향할 수 있느냐는 점. 둘째는 관통을 했건 몸 안에 있건 총탄이 왜 발견이 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이 확인된 직후 치료를 담당했던 나라현립의과대학병원 의료진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인 등을 설명하고 있다.
병원 측 설명은 희한하게도 사건 다음날 경찰에 의해 뒤집어졌다. "해부를 해 보니 목과 왼쪽 어깨에 총탄이 명중한 흔적이 있으며 왼쪽 어깨로 들어간 총탄이 좌우 쇄골하동맥을 손상시켜 과다출혈을 일으켰다"는 설명이었다. 병원 측이 설명했던 또 하나의 목 주변 총창(목 앞뼈 뿌리 우측)은 "총탄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애매한 설명이었다. 4시간여에 걸쳐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와 경찰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2 총알은 어디로 갔는가
핵심 의문은 총알의 행방이다. 자민당의 치안·테러대책조사회 소속 아오야마 시게하루(青山繁晴) 참의원은 지난달 20일 "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아베가 맞은) 총알 1발은 (관통해) 발견했으며, 나머지 1발은 관통하지 않고 몸 안에 머무는 '맹관총창(盲管銃創)'이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발견한 1발의 모양은 직경 1㎝의 원형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발견되지 않은' 몸 안의 1발은 어떻게 된 것인지 경찰도 "머리가 아프다"는 설명이었다.
그 가능성으로는 네 가지가 거론된다. ① 총격 현장에서 헬기로 이송되는 구급 조치 과정에서 총알이 몸 밖으로 나왔다 ②총알이 워낙 작아 몸 안 들어가면서 부서지며 대량출혈과 함께 흘러나갔다 ③고의 혹은 우연히 누군가가 버렸거나 갖고 갔다 ④ 맹관총창이란 해부결과가 잘못된 것으로 총알이 몸을 관통했을 가능성이다. 담당 의사가 없었다고 한 총알이 갑자기 "1발은 발견됐다"고 한 것도 이상할뿐더러, 위에 언급한 4가지 가능성 모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혹은 남는다.
야마가미 용의자가 현장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뒤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있다. [ANN 유투브캡처]
야마가미 용의자가 사용한 사제총. [NHK 캡처]
또 하나는 야마가미가 진술하고 있는 대로 '원통 1개당 6발 x 2개= 총 12발'이 맞는다면 나머지 총알 10발(아베에 명중한 2발 중 미발견 총알까지 합하면 11발)은 어디로 갔는가 하는 점이다. 일 경찰은 현재까지 총알을 몇 개 발견했는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나라 현 경찰본부는 사건 현장에서의 총알 수색을 포함한 현장검증을 사건이 5일이나 지난 다음에 실시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일 취재기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90m 떨어진 입체주차장의 외벽에서 3곳의 구멍이 발견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총알은 12발이나 나갔는데, 총알은 거의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탄총이라고 해도 사건 당시 아베 전 총리 주변에는 수십 명의 자민당 관계자가 촘촘히 서 있었는데 나머지 총격에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이다.
일본 경찰이 사건 후 5일이 지난 7월13일 현장을 검증하고 있다. [NHK캡처]
#3 왜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나
한국 같았으면 사건 얼마 지나지 않아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나오고, 거의 매일 수사관련 속보가 나왔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공식 발표는 8월25일 딱 한 차례. 그것도 수사 관련이 아니라 "당시 경호 체제에 문제가 있었다"며 경찰청 장관, 나라현 경찰본부장의 사임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아베 사건을 담당하는 주요 일간지 사회부 기자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일본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며,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일부 밝히거나 혹은 재판과정에서 내용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라는 것도 범인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나 구성되는 것이고, 이번 아베 사건 수사도 특별히 경찰이 밝힐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TV 등 언론에서는 야마가미가 어떻게 간단히 사제총을 만들 수 있었는지, 사제총의 성능은 어땠는지 등 사건의 본질보다는 용의자의 모친이 통일교에 거액의 헌금을 해 가정이 파탄났고, 그것이 범행의 동기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통일교 때리기에 일제히 달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아베 사건의 상세한 수사내용은 기시다 총리쪽에는 다 보고가 올라가고 있다"며 "경찰 쪽에 함구령이 내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쉐어 뉴스 재팬'이 '빌딩 옥상에 간이 텐트...스나이퍼 오두막이 사건 후 3시간 만에 철거됐다'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 왼쪽 노란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사건 직후 촬영된 것으로 텐트가 설치돼 있으나, 오른쪽의 사건 3시간 뒤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사라져 있다. [쉐어 뉴스 재팬 사이트 캡처]
# 음모론
명쾌한 설명이 없다보니 음모론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사건이 있었던 야마토사이다이지역 근처 건물의 옥상에 자격수용 은신처(텐트)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쉐어 뉴스 재팬'이란 사이트는 지난달 16일 "당시 일 방송사들이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피격 직후 건물 옥상 위에 흰색 물체가 있었는데, 3시간 뒤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텐트에 '진범'인 전문 저격수가 숨어 있었다는 게 음모론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건물을 관리하는 부동산회사에 확인한 결과 흰색 물체는 당시 옥상에서 송풍구 청소 및 점검 작업을 위해 친 텐트였고, 작업 당시 부동산관리회사 직원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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