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7. 04:54ㆍ■ 여행/국내 여행지 소개
물멍 길멍 4500리
이정우 기자 입력 2022. 08. 15. 10:48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걷는다. ‘물멍’도 하고 ‘길멍’도 한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자연을 만나고 또 한 걸음 떼면 역사와 마주한다.
서해 남쪽 끝 전남 해남군 땅끝탑에서 북쪽 끝인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까지 109개 코스, 1800㎞를 잇는 서해 둘레길 ‘서해랑길’이 2022년 6월22일 개통됐다. ‘서쪽의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을 뜻하는 서해랑길은 코리아둘레길 중 가장 길다. 2016년 개통한 해파랑길(동해안, 50개 코스 750㎞)과 2020년 개통한 남파랑길(남해안, 90개 코스 1470㎞), 2023년 개통 예정인 디엠제트(DMZ) 평화의길(36개 코스 524㎞), 그리고 서해랑길을 이으면 4544㎞의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된다.
2022년 8월2일 가족과 함께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마을 땅끝탑을 찾은 김은서(경남 창원 웅남초3) 학생은 땀으로 머리가 젖어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땅끝전망대가 있는 사자봉 정상에서 500m 거리의 비탈길을 걸어 내려와 땅끝탑에 도착한 길이다. 소감을 묻자 “아빠를 따라나선 걸 후회한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며 서해랑길 1코스 스탬프를 휴대전화에 담는다.
서해랑길은 갯벌을 지나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도 만난다. 들녘을 지날 땐 마을을 지키고 선 팽나무 그늘에서 숨을 돌린다. 다리가 무거워진 늦은 오후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해넘이를 보며 피로를 보상받는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두루누비’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서해랑길 전 코스를 지도로 볼 수 있다. 위치 기반 서비스라 지도를 따라 걸을 수 있고, 스탬프가 있는 곳에 다다르면 정보무늬(QR) 코드를 스캔해 코스 답사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서해랑길 종점 코스인 103코스에서 대학생 순례객을 만났다. 방학을 맞아 최북단 강화도 서해랑길 순례에 나선 이상인(25·제주대)씨는 “철책과 검문소가 즐비한 이곳에 오니 남북 분단을 실감하게 된다. 조선 숙종 때 쌓은 무태돈대의 성벽을 보니 외세의 침공에 맞섰던 강화도의 역사적 숙명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멀리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평화전망대에 이르러 4500리 서해랑길 순례는 멈춰선다.
서해랑길 1코스 시작점인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탑 주변에서 순례객들이 출발에 앞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해남·신안·부안·김제·서천·태안·시흥·강화=사진·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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