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률 0.022%'.. 조선시대 출세의 길

2022. 8. 21. 06:03■ 大韓民國/교육

 

[역사 속 오늘] '합격률 0.022%'.. 조선시대 출세의 길 (daum.net)

 

[역사 속 오늘] '합격률 0.022%'.. 조선시대 출세의 길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E.H. 카(Edward Hallett Carr) 올해 11월 17일 실시되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접수가 시작됐다. 교육부는 지난 18일부터 9월 2일까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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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합격률 0.022%'.. 조선시대 출세의 길

입력 2022. 08. 21. 00:05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E.H. 카(Edward Hallett Carr)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1일 앞둔 8일 서울 강남구 강남종로학원(대치)에서 수험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올해 11월 17일 실시되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접수가 시작됐다. 교육부는 지난 18일부터 9월 2일까지(토요일·공휴일 제외) 전국 84개 시험지구 교육지원청과 고등학교에서 수능 원서를 접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접수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학구열이 높기로 유명한 나라다. 그만큼 시험의 역사 또한 오래됐다. 신라 원성왕 때 처음으로 ‘독서삼품과’라는 과거 시험을 통해 관리를 뽑았다는 기록이 있다.

과거 제도는 고려 제4대 임금인 광종 때부터 본격 시작됐다. 광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출신의 관리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실력과 충성심을 고루 갖춘 인재를 뽑기로 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은 최고의 입신양명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선비들은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 평생을 시험 준비에 매달리기도 했다.

 

김홍도 <삼일유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의 과거제도는 문과와 무과, 잡과로 분류됐다. 문관이 되기 위해서는 문과에, 무관이 되기 위해서는 무과에, 통역관·의사 등 기술직 중인이 되기 위해서는 잡과에 응시해야 했다.

출세의 지름길이 되는 과거시험은 문과였다. 생원·진사시는 ‘생원’ 혹은 ‘진사’라는 일종의 학위를 주는 시험이었다. 생원시는 유교 경전에 관한 지식을 묻는 시험이었으며 진사시는 문예 창작의 재능을 요구하는 시험이었다. 생원·진사시에 합격한 사람에게는 성균관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졌다.

오늘날의 수능시험은 9등급으로 이루어지는 ‘스테나인(stanine)’ 점수 방식에 따라 등급이 분류된다. 이에 따라 1등급은 전국 석차 4% 안에 드는 학생들이 받는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경우 분류 등급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최종 시험인 대과 전시까지 올라가 합격한 인원을 고려하면 전국 33등까지 1등급에 포함된 셈이었다.

당시 전국 33등을 1등급으로 친다면 그 비율은 얼마였을까. 정조 시대 과거시험 응시자는 15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이 숫자를 대입해본다면 전국 33등은 0.022%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극악의 합격률이었다.

합격 자체로도 큰 경사였지만 전국 1등에 해당하는 ‘장원급제’는 가문의 영광이었다. 율곡 이이는 무려 9번의 장원급제로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렸다. 당시에도 그의 저서와 글씨, 소지품을 구해서 합격의 기운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한편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의 욕망은 부정행위를 낳기 마련이다. 대리 시험을 치르거나 시험관을 매수해 문제를 유출하고 합격자를 조작하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콧구멍 속에 컨닝페이퍼를 숨기는 것을 뜻하는 ‘의영고’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조선 말기로 갈수록 부정행위가 만연해지면서 과거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 제24대 임금 순조 즉위 후 세도 정치가 시행되면서 특정 가문에 뇌물을 바치고 합격을 따내는 일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1894년 갑오개혁을 거치면서 과거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 속 오늘] 연재를 마칩니다. 6개월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배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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