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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서만 하나"…오직 몸으로 붙는 예능, 전세계 통했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
"왜 한국서만 하나"…오직 몸으로 붙는 예능, 전세계 통했다
입력 2023.02.07 16:37
업데이트 2023.02.07 23:52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은 성별·체급·나이·인종 구분 없이 오직 뛰어난 신체 능력을 기준으로 대결을 벌이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사진 넷플릭스
“방탄소년단(BTS) 정국님도 ‘피지컬: 100’을 시청하시는 모습이 (라이브 방송에) 나왔더라고요. 자랑을 참으려고 했는데 참을 수가 없네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이렇게 말하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처음 공개된 ‘피지컬: 100’은 내로라하는 신체 능력을 지닌 100인이 모여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1인'이 되기 위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1~2회 공개만으로 전 세계 33개국에서 10위 내 진입, 종합 톱10 순위(23~29일 비영어 TV쇼 부문)에서 7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흥행몰이 중이다. 넷플릭스가 만든 한국 예능 중 톱10 순위에 이름을 올린 건 ‘솔로지옥’ 시리즈 이후 ‘피지컬: 100’이 처음이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보는 콘텐트 지향”
7일 서울 중구 한 공유 공간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장 PD는 “공개 전부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시청자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겠다’고 말했었는데, 사실 너무 큰 목표를 던진 것 같아 초조했다”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들려와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쏟아지는 해외 반응 중에는 “왜 한국에서만 하느냐”며 아쉬워하거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몸 좋은) 사람이 있다”며 추천하는 글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MBC 시사교양 PD다. 그는 일면식도 없던 넷플릭스 예능팀에 기획안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넷플릭스 문을 두드렸다. 사진 넷플릭스
그가 목표한 대로 ‘피지컬: 100’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쉽게 몰입되는 ‘단순함’이 최대 강점이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부터 스켈레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100명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부터 전에 없던 웅장한 화면을 완성한다. 이들이 3억원이 주어지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거대한 천장 구조물에 매달리고, 맨몸으로 서로 맞붙는 모습은 순식간에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장 PD는 “서바이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탈락에 대한 공포에 공감하고, 특정 출연자의 성공을 응원하게 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를 관통하는 것 같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프로그램 구상도 몸과 몸이 맞붙는 일이 잦은 군대에서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군대를 특공대로 다녀왔는데, 그곳엔 정말 다양한 분야의 대단한 동료들이 있었거든요. 어떤 훈련을 할 때든 ‘축구, 탁구, 유도에서 한 명씩 나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기억에 더해 코로나19 시기 등록한 헬스장 게시판에서 ‘이달의 베스트 바디’ 목록을 본 것에 착안해 ‘다양한 신체 중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제대로 찾아보자’는 기획을 떠올렸다.
'피지컬: 100' 장호기 PD는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세트나 음악, 미술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장호기 PD는 "'피지컬: 100'에 모인 분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여러 피지컬을 대표하기 바랐다"며 "'작은 우주' 같은 곳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았다"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지상파 PD가 넷플릭스 문 두드린 이유?
프로그램 내용을 떠나 장 PD에게 유독 많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현직 MBC 시사교양 PD이기 때문이다. 간담회 시작 전 마이크를 잡은 유기환 넷플릭스 매니저(예능·다큐 담당)는 “2021년 10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던 장 PD로부터 기획안과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피지컬: 100’의 첫 시작을 전했다. 지상파 교양 PD가 넷플릭스에서 예능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 PD는 “나는 교양 PD이지만, 지금은 장르 구분이 무의미하다. ‘인간’이 주제라면 어떤 형태로든 다뤄보고픈 꿈이 있었고 ‘피지컬: 100’도 결국 인간에 대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며 “글로벌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연출자에겐 가장 큰 무대이기 때문에 기왕 큰 도전을 할 거라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문을 두드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MBC라고 해서 꼭 TV로만 (프로그램을) 내야 하는 시대는 아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저희가 갈 수 있다면 가는 게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또 넷플릭스는 최상의 퀄리티를 낼 수 있게 지원해주고 기다려준다는 게 제작자로서 정말 큰 기회였습니다.”
'피지컬: 100'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피지컬: 100'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성 대결’ 논란 “어떤 구분도 없는 게 프로그램 의도”
지상파 틀을 벗어난 덕분에 ‘피지컬: 100’에는 비속어가 섞인 감탄사는 물론, 자극적이라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장면도 여과 없이 담긴다. ‘성별·나이·인종 구분 없이’ 오직 몸으로 맞붙는다는 전제를 내세우면서 일대일 대결에서 남자 선수(박형근)가 여자 선수(춘리)의 가슴을 무릎으로 압박하는 장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장 PD는 이에 대해 “프로그램 기획 의도 자체가 체급·성별 등의 구분 없이 완벽한 피지컬을 찾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동의한 분들에 한해서 촬영이 진행됐다”며 “특정 선수의 신체에 대한 악플이 달리는 문제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부분은 자제하길 바란다”고 했다. 경기 중 위험한 상황에 대한 우려에는 “방송에는 생략됐지만 현장에서는 훨씬 더 상세한 규칙이 적용됐고, 심판이 경기를 중단한 뒤 경고를 주고 다시 진행한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찾는 과정’이지만, 거꾸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강한 피지컬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출연자들이 처음에는 3억원을 거머쥐려는 욕심이 있었지만 갈수록 ‘세상에는 나 같은 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키가 2m 넘는 야구 선수도, 150㎝가 안 되는 유도 선수도 있었죠. ‘완벽하다’는 개념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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